도전
0807242312
재작년 겨울..
Canada의 Toronto였었다.
서부의 Banff에서부터..
Toronto까지 몇십시간을 버스를 타고 왔었다.
이 곳에서 정착하리라 맘 먹고 왔었지만..
너무도 지처버린 나머지..
대륙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삭막한 대도시 생활을 할 힘이 없었다.
어디론가 다른 곳으로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고..
Hostel을 나서던 날 아침..
눈이 펑펑 쏟아졌었다.
45L 캐리어를 끌고 60L 배낭을 매고서..
이 문앞에서 한참을 고민했었다.
힘든데 그냥 택시를 탈까..??
아무도 내가 택시 탄다고 뭐라는 사람 없고..
눈도 오고 짐도 많고 택시 타는게 당연하지 않나..??
뭐냐..?? 언제 이렇게 약해져 버렸냐..??
내가 배부르게 언제부터 택시 탔다고..
눈 좀 온다고.. 충분히 걸어갈수 있잖아.. .
약해 지려는 나와..
강하고 싶은 내가 그렇게 실랑이를 벌였었다.
'택시를 탄다.'
그 것은 나에게 있어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과 함께 택시를 탄다는건 아무렇지 않고..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혼자서 타지 않아도 될 택시를 탄다'는 것은..
특히나 이렇게 약해진 상태에서 모든게 귀찮아 그런다는 것은..
홀로 Canada를 떠돌던 나에게 있어..
나태해지고픈 자신과의 타협이었다.
한번 약해지기 시작하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항상 갖고 있었고..
'강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안주해버리기 전에 어디론가 끝없이 떠나려고 했었다.
그렇게 한참을 눈오는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끙끙거리며 길을 나섯었다.
결국 두블럭도 못가서 쉬고..
그 다음엔 한블럭 가고 쉬고..
또 그 다음엔 반블럭 가고 쉬고..
그렇게 눈을 맞으며 꾸역꾸역 걸었다.
아마도 악해지려는 내 자신에게 반항하고 싶은..
아니 이미 약해저버린 내 자신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에..
오기라도 부려보고픈 마음 이었으리라.. .
1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런 오늘..
약해진듯한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려고 한다.
보잘것 없고 하찮게 여겨질 싱거운 이야기라 웃을테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나 자신에 대한 '커다란 도전'이었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그날의 그 아침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
그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날의 그 아침처럼 그렇게 꿋꿋히 가는 것..
바로 그것일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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