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의 뷰파인더.. 둘 - 1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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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사진을 잘 찍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사진 찍는 취미가 조금씩 깊어감에 따라..
'맘에 안 드는 사진들 중에서 한 장'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 보다는..
'맘에 드는 사진들 중에서 한 장'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더 많이 겪게 되고..
후자가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걸 느끼게 됐다.
맘에 드는 사진이다.
랑카SriLanka의 '노멀 버스normal bus' 사진이다.
화각으로 봐서 운전수 뒷 자리..
즉 랑카의 특이한 문화인 스님이 타면 양보해줘야 하는 그 자리란걸 알 수 있고..
운전석 시트 뒷 부분이 떨어져 나간 모습..
노멀버스 중에서도 꽤 낡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빨간색 버스 일 가능성이 높고..
여기 저기 싱할라Shinhala어..
스리랑카라는 걸 알 수 있고.. '아누라푸라'와 '미힌탈레'를 간다고 적혀있다.
창문 밖 풍경..
도로 사정이 어떤지 알 수고.. 날씨가 어떤지 알 수 있고..
수없이 다닌 나는 대충 여기가 미힌탈레를 갓 벗어나고 있는 지점이란 걸 알겠고..
차량 내부를 비추는 빽미러와 바로 앞 유리의 반사..
서 있는 사람들이 안 보이는 걸로 봐서 차 안이 매우 널널하다는 걸 알 수 있고..
그 빽미러 옆에 등에 불이 하나도 안 들어 와있는 걸로 봐서..
지금 브레이크를 밟거나 혹은 미친듯이 빵빵거리고 있지 않다는걸 알 수 있다.
색감, 구도, 느낌 다 맘에 들면서도 많은 정보를 담고..
시점 또한 눈 높이라 부담 없는그런 속 깊은 사진이다.
위 사진과 같은 위치에서 찍은 살짝 구도만 바뀐 사진이다.
위 사진이 가진 엄청난-??- 정보에 비하면 딱히 정보랄 것도 없다.
그저 차가 매우 낡았구나.. 정도의 정보를 가진 이 사진.
나름 나쁘지 않으면서 수 많은 이점을 가진 사진과..
이점 이라고는 거의 없지만 그 사진 보다는 내 마음에 조금 더 드는 사진.
둘 중 한 장을 뽑으라면..
난 고민 없이 이 두 번째 사진을 뽑겠다.
앞에 보이는 유리의 먼지 자국이 마음에 들고..
푸른 하늘이 아닌 하늘색 하늘과 흰 구름이 마음에 들고..
뭐 그뿐이다.. 그저 내 맘에 더 든다는.. .
오늘..
나란 사람은 둘 중.. 그런 사진을 선택 하는 사람이란걸 알았고..
나란 사람은 그런 선택을 하며 삶을 사는 사람이란걸 알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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