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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적이 있었다.

혼자서 공원에 앉아 이어폰 끼고 책을 보던..
햇살은 따스하고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고 꽃들은 아름답던..
하지만 그러한 현실과 마주하기 너무도 싫어 귀를 막고 눈을 가렸었던..

광화문 근처였다.

20대 중반 정도의 앞을 못 보는 남자다.
청계천 내려가는 길을 묻고 있고 그의 옆에는.. 
또한
앞을 못 보는 여자 친구가 손을 꼭 잡고 서 있다.

근처여서 팔을 끌어 청계천 아래로 안내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그 여자의 목소리..
놀랐다.. 또래의 어떤 목소리 못지않게 밝다.

3월답지 않게 겁나 바람 불어 재끼는 엉망인 날씨에..
그닥 능숙해 보이지 않는 지팡이 질을 하며 걷는 그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그들의 목소리가..
수 많은 곳을 본 나의 목소리 보다 훨씬 밝았다.

부끄러운 날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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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er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