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뜨리기
0809252340
예전엔 사진을 찍을 때..
가로나 세로의 수평선을 맞춘 사진이 아니라..
기울어진 일명 ‘대각선 찍기’를 많이 했다.
그냥 남들이 뭐라든 나는 그게 좋았다.
그래서 주위에 친한 이들은 사진 구도만 보고도 내가 찍은걸 알았었다.
하지만 수동기능이 그나마 좀 자유로운 뚝딱이..
말은 하이엔드(?)로 넘어온 후엔..
거의 대각선 찍기를 잘 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보니 사진들이 반듯반듯하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봤다.. 도대체 왜??
물리적으로는 LCD를 보고 찍다가 지금은 거의 뷰파인더를 보고 찍는다..
이것이 한가지 원인인듯하다 뷰파인더를 보며 예전만큼 기울긴 어색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한가지는..
수동기능으로 넘어오며 나름 사진의 스킬이 많이 상승한것이 사실이다.
지금 내 사진의 80%가 A모드이고 15%가 M모드 그리고 5%정도가 S모드다.
그러니까 오토로는 아예 안찍고 P모드 조차도 안쓴다.
이전보다 잘 찍은 사진들을 많이 보고 어떻게 찍었을까를 생각하고..
무엇인가를 사진에 담을 땐..
광원을 확인하고 구도를 잡고 광량을 측정하고 화벨을 맞추고..
조리개 수치를 고민하고 ISO가 얼마인지 보고 셔속이 충분히 확보 되는지..
이제는 기계적으로 머리가 돌아간다.
생각해 보니 놀랍다 아니 무서움에 가까운 놀라움 이랄까..
내가 사진 찍을 때 저런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
예전엔 뭔가를 보고 느낌을 받고 그냥 셔터를 누르는게 다였다.
기계적으로 조작할게 거의 없었다.
지식도 없었고 조작 할만한 장비도 아니었다.
고작 내 나름의 느낌을 살릴수 있는게 ‘대각선 찍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나도 틀에 갖혀버린건 아닐까..??
수치를 신봉하고 장비의 성능에 매달리고 지식을 진리로 착각하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고 했던가.. .
다시 한번 깨뜨려야 할 때이다.
공간도 시간도 지식도 마음의 한계도 그 모두다..
단지 사진 이야기일 뿐이겠는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