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9일 금요일. 진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순천까지 거의 한시간 넘는 간격으로 버스가 있고 1시간 50분이나 걸렸다. 혹 직행을 안 타고 돌아가는 완행을 탔는지도 모르겠다ㅡㅡ; 여튼 일반 승용차로 1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인데 기다린 시간까지 해서 3시간은 허비한 듯 했다. 그리고 순천에서 여수는 50분 정도 소요되며 15분 간격으로 버스가 많았다.
친구의 갑작스런 여행 가자~ 어.. 그래.. 산장 있는 산에 가자~ 어.. 그건.. 잠깐만.. 아무리 산 좋아하는 나지만 겨울 산행은 장비와 날씨 영향을 많이 타고.. 거기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고 산장 정도의 높이라면 코스 짜기도 힘들고.. 그래서 좀 안 내켜 하자.. 급 전향하여 그럼 섬에 가자~ 어.. 그래. 사람들 별 없는 그런 곳을 고집하는걸 보니 정말 일상에 많이 지쳤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래왔듯이 우리의 만남은 즉흥적이고 초를 타투며 이루어졌다. 그렇게 여수에서 만나기로 하고는.. 당일 아침까지 정확히 만날 시간이나 목적지도 주고받지 못 했다.
그랬으니 늦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ㅠ 여수 도착 예상시간이 오후 1시 45분. 12시 넘어 먼저 도착한 친구는.. "우리 2시 배 타야 하는데 못 타면 죽을 줄 알아!!"
터미널 도착하자 마자 인사 나눌 틈도 없이 택시를 타고 '여수 연안 여객 터미널'로 달렸다. 조마조마 맘 급한 우리 때문에 택시 기사 아저씨도 어찌나 급해 하시던지ㅋ 어쩻든 정확히 2시에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미친 듯이 달려 들어가.. "금오도 둘이요!!" "금오도요?? 거긴 여기가 아니고 저쪽 다른 터미널 인데요. 2시 배 못 타겠네요." "아!! 이리와!!!" 광녀(?)모드로 돌변해 소리치며 달려드는 친구.. 어찌나 소리가 크던지 썰렁한 터미널에ㅋ 거기 직원들이 다들 처다 보고 웃는다. 그러면서 "2시 20분 배도 있어요" 깜깜한 하늘의 먹구름이 싹 걷히는 그 기분ㅎ
가르처준 곳으로 가보니 터미널이라기 보다 그냥 조립식 건물들 몇 개 나열해 놨다. 일단 급한 마음에 들어가서 금오도 간다니까 뭔가 프린터 된 종이를 한 장 주며 여기 이름 적으라고 해서 이름 적으니 옆에 외 1명이라고 적으란다. 그리고는 그게 티켓이다^^; 두 명에 15,600원, 그리고 이것저것 설명해 주셨는데 제대로 된게 별 없었다는ㅡㅡ; 뭐 그런데(?) 가면 항상 그렇듯이(?) 첨부터 별 기대 않고 흘려 들었었다.
시간표를 보면 06시10분,09시40분,14시20분 이렇게 하루에 세대가 있다. 그리고 이 해운회사 말고 다른 업체에서 운영하는 페리도 있는 듯 하다. 시간이 없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는 불가능^^;
금오도 들어가는 페리 여수에서 1시간 40분 정도 소요 된다.
선착장에서 본 여수 모습 특별히 눈에 띄는 건물은 없지만 아담하다.
개도를 거처 금오도의 송고 마을을 거처 함구미 마을 까지 감.
오랜만에 만나는 바다.. 이런 그럴듯한 사진도 한장^^
남해가 섬이 많다고는 들었는데 정말 중간에 작은 섬들이 많다.
섬 어른신들이라 그런지 은근히 남,여가 구분되어 있다. 배안에서 1층은 여자 2층은 남자 이렇게 따로 있어서 신기하다 싶었는데 내릴 때에도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 이렇게 나누어져 있다. 시니컬한 시선 보다는 이분들 세대에 그렇게 살아오신 그래 문화의 차이 였다고 생각하자.
배로 1시간 반 넘게 달려 함구미에 도착했다. 오후 4시가 훨 넘었는데 먹은거라곤 아침에 대충 먹은 빵 쪼가리(?) 거기다 차를 거의 3시간 타고 배를 2시간 타고 체력이 완전 바닥을 쳤다ㅠ 먼저 뭐라도 먹고 움직여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식당 비슷하게 생긴것도 없고 초등학생 꼬마 애가 보고 있는 구멍가게 전부ㅜ.ㅜ 어쩔 수 없이 새우깡에 콜라 하나 삿다.
구멍가게 앞에 있던 우체통. 내가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저런 우체통에 익숙한데 친구는 신기하다면서 막 사진 찍으라고.. 왜 그랬지..??
나름 내 생각에는 그래도 배가 들어가는 선착장이니까 거기다 종점이니까 뭔가 숙소나 식당이 있고 번화하지 안을까하고 중간에 내리지 않고 끝까지 가자고 우겨서 왔는데 이건 뭐 완전 즐~이다ㅠ 친구 자식 나 때문에 이 고생 한다고 쫑알쫑알.. 앞서간 그분들(?)이 그러셨지 소나기와 금성인(?)의 쫑알 거림은 일단 피하고 봐야 한다고!! 흘려 들으며 숙소와 식당을 찾아 여기서 가장 가까운 '송고' 선착장을 향해서 앞서 걸었다.
어디 여행가서 한적한 길을 걸을 때면 꼭 찍는 이 구도.. 그냥 맘에 든다 이런 사진^^ 근데 현실은 당연 사람 하나도 안 보이고 어쩌다 한대씩 맞은편에서 오는 트럭이 전부.. 얼마나 가야할지 끝을 알수 없다는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길. 햇빛 받은 갈대 아님 억새 일련지도 사진에서나 보던 그 황금빛을 첨으로 봤다. 사는게 그런게 아닐까.. 책에서 뭐라고 남들이 뭐라고 그런것 들을 내가 내 방식으로 직접 느끼는 것.. 뭐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운 좋게 친구가 히치하이킹을 성공해 송고 마을까지 쉽게 왔다. 함구미에서 송고까지 걸어서는 1시간은 훨 넘게 걸릴 듯 하다. 배 고파 죽겠는데 여기까지 걸었으면 완전 쓰러졌을거다ㅠ
하지만 여기도 만만치 않다ㅠ 멸치 말리는 할머니들이 좀 보이고 낚시하는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타지 젊은 사람들은 없는지라 우리가 너무 튄다. 달랑 하나 있는 민박 겸 식당도 오늘 주인 아주머니가 부재중 이란다. 그리고 이 동네는 우리가 걸어다는 것 자체가 튀게 보이고 부대시설이 너무 없어서 머무르기는 아닌듯.
결국 너무 지친 우리는 물어서 이 섬에 단 두대 뿐이라는 택시 중 하나를 볼러 이 섬의 행정의 중심이라는 '우학리'로 이동 했다. 송고 마을 이장님이 전화로 불러 주셨는데ㅋㅋ 상당히 어른신의 지위에 자부심이 있는 분 같았다. "어.. 나 송고 이장인데 블라블라~" 상대방에서 잘못 알아들었는지.. "송고 이장!! 블라블라 지금 즉시!!!!" 라며 장군이 명령하듯이 크게 말씀하는데.. 웃음 참느라고 죽는줄 알았다ㅎㅎ 택시는 스타렉스였고 아주머니가 운전기사 였다. 차가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기분이 별로 이신지 이건 뭐 코너에서도 차선 넘어가고 방지턱도 점프를 하고ㅡㅡ; 근데 주위에 보이는 바다 풍경은 정말로 아름답다. 등산로가 있다던데 내일은 그 길을 따라 느긋하게 감상해야지 했다. 그렇게 20분 정도 달리니 우학리에 도착한다. 비용은 미터기 없이 만원.
우학리 그래 첨부터 여기로 왔었어야 했다. 나름 민박도 많고 식당도 많고 그나마 사람 사는 곳 같다. 처음에 배만 놓치지 않았어도 여기로 바로 오는건데 꼭 우학리 들어가는 배를 타야 하느니!!! 그러기 위해서 '한려페리' 말고 다른 해운회사 꼭 우학리 들어 오는 것을 타야 하느니!!!
벌써 해는 지고 너무 지처 밥 부터 먹었다. 친구가 회 사주겠다고 집착을 했늗데 식당 두 곳은 팔지 않고 마지막 곳은 6만원인가를 부른다. 완전 바가지ㅡㅡ; 이제 다른 곳 가기도 지치고 해서 그냥 김치찌게 먹었다. 솔직히 난 배 고프면 안가리고 일단 배 차는 무언가를 먹는데 집착하는 편이라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게 싫었었는데 '그냥 암거나 대충 먹자'라는 말 참느라 힘들었다는ㅠ
밥 먹고 앞의 바다를 좀 거닐었는데 이건 뭐 지리도 모르고 완전 깜깜하고 해서 많이 돌아 다닐 수가 없었다. 솔직히 춥고 너무 지쳐 버렸다는 그래서 사진 찍을 힘도 없었다. 오늘은 느긋하게 쉬고 낼 많이 돌아다니자 하고는 일찍 들어왔다.
낼 새벽에 물안개 찍으러 나가야지란 생각에 바다가 보이는 여기 숙소를 정했는데 혹 구도가 보는것과 똑같다면 각오하시라!! 난 한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는데.. 온도 조절장치 딸깍 거리는 소리에 밤에 수없이 깨고 말았다ㅠ 비용은 3만원이었던가.. 시설도 별로고 비추다 둘러보면 4층쯤 되는 모텔처럼 생긴 식당 딸린 민박있는데 거기가 훨 나을듯 하다. 술 좋아하는 친구ㅋ 술 사와서 방에서 한잔 하고 배고 파서 라면 사러가서는 뜨거운 물도 얻고 여튼 그렇게 쇼를 하고 피곤하게 잣다ㅠ
담날 눈 뜨니 새벽 물안개는 물건거 갔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ㅡㅡ; 등산 할려고 했는데 완전 다 날아갔다ㅜ.ㅜ 결국 비 때문에 섬에서 더이상 뭐 할수가 없어서 아침 먹고 섬을 나왔다.
먼가 빠진듯한 허전한 마음으로 배에 올랐다.
^^ 생활에 지친 친구에게 뭔가 힘을 주고 싶었지만 솔직히 괜히 마음이 무거웠다. 남은 기간에 대한 부담과 웬지 모르게 무거운 몸과... 돌아오는 길에 내내 마음 속을 무겁게 했다. 이럴려고 한게 아닌데 하는.. 상황에 상관없이 앞으로는 정말 밝아져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