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와룡산 산행기
0902092105
둘 다에게 뭔가 빡심이 필요했다.
머리를 좀 비우고 생각을 좀 멈추고 싶었다.
친구와 등산을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와룡산!!
지난 번에 반도 못 오르고 돌아온 기억 때문에 다시 한번 오르고 싶었다.
이대로 물러 설순 없지~
거의 10시쯤에 만나서 친구의 차로 '약불암' 조금 못 가서 있는..
주차장까지 가서는 거기서부터 출발했다.
지난번엔 여기까지 오는데 거의 1시간이나 소비했는데..헐~
일기 예보가 흐리고 해안지역으로 약간의 비라고 했는데..
역시나 날씨가 흐리고 비도 몇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순 없지!!
왜냐면 우리 목적이 아니 어쩌면 나의 목적만이..
'육체를 혹사해서 머리를 비우는 것'이었으니까ㅡㅡ;
우울한 하늘의 저기가 오늘의 목표. 비가 몇 방울 내리긴 했지만 아직은 가뿐했다~
여유롭게 사진 찍기 놀이도 하고^^
지난 여름에 왔을 때와는 많이 다르게 겨울이라 산이 휑하다.
남자 둘이라 '도암재'까지 순식간에 올랐다.
하지만 이때부터 비가 눈으로 바뀌기 시작하며..
머리가 젖을 만큼 양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도암재에서 '새섬바위'쪽으로 올라가는데..
경사가 급해지고 계속되며 중간에 돌길도 많아진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난이도가 한층 상승하는걸 느낄 수 있다.
조금씩 빡셔진다ㅡㅡ;
이때쯤부터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한다.
젖은 머리카락은 얼고 땅도 덮이기 시작하고..
돌이 많아 올라가는데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올랐다.
갈수록 아주 그냥 대놓고 펑펑이다.
요즘 기온이 너무 따듯했던 관계로 나는 장갑도 준비 안 해갔었는데..
손이 얼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괴로워지기 시작했고..
너무 많은 눈으로 카메라 넣다 뺏다 하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일단은 새섬바위까지 가서 다음에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로 하고 조심조심 올랐다.
드디어 새섬바위까지 왔다.. 도암재에서 40분 정도 걸린 듯 하다.
아니 어쩌면 새섬바위가 아닐지도..ㅡㅡ;
표지판이 있었는데 바위 꼭대기에 있어서 거기까지 가서 볼 수가 없었다.
거리상 맞는 듯 해서 사진 한 컷씩 찍어 주시고^^
장갑 없는 난 손이 얼어서 더 이상 밧줄을 잡기 힘들 듯 해다.
거기다 눈 속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고 이리저리 하다 보면..
오르는 건 그렇다고 처도 하산 때까지 손이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
평소에도 찬 손이라 더 이상은 도저히 엄두가ㅠ.ㅠ
더 이상 눈을 뚫고 산행을 감행하는 건 너무 위험하고 의미도 없다고 판단..
조심조심 산을 내려왔다.
산 아래는 비가 그치고 대기가 정말로 맑다.
눈은 상상도 할 수 없고 포근하다 포근해.. .
아주 그냥 우린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ㅡ.ㅡ
와룡산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단 훨 힘들었다.
결국 정상을 못 찍고 내려왔지만 오랜만에 눈 구경도 하고 핵핵 거리고..
갑갑하던 맘이 조금은 후련해 진듯해 좋다~
이래서 내가 산을 좋아하는가 보다^ㅡ^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 번에는..
조금은 여유로운 날씨에 또 이렇게 좋은 친구와 그렇게 다시 오르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