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왕 - 110401
1104012044
3주 전쯤..
밤에 샤워 하려는데 헉!! 했다.
한국에서는 이정도 크기 볼 일이 없었데..
아주 어릴 적에 몇 번 본 아주 작은 크기의 달팽이.
근데 얘는 너무 느려서 나 봐도 도망도 못 친다.
아니 자기는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데..
나에겐 그냥 가만히 있는 걸로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ㅡㅡ;
무심한 성격 탓에 며칠 있으면 사라지겠지 하고 그냥 무시하고 생활했다.
보이는 날도 있고 안 보이는 날도 있고..
근데 벽에 자기가 아직 이 집안에 있다는 배변 활동의 흔적은 항상 남겨 놓더군ㅡㅡ;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거의 3주.
엊그제 거의 두 달 만에 냉장고를 장만했다ㅠ
그리고 처음으로 제대로 장을 봤다.. 그중에 상추도 있었다.
상추 잘 먹는다길래 줬더니 이 자식 "우걱 우걱" 소리 내며 겁나 잘 먹는다.
엄청 배 고팠나 보다.. 하긴 3주 동안 암 것도 없는 욕실에만 있었으니..
허겁지겁 먹는걸 보니 좀 미안하다ㅡ.ㅡ
얘는 낮에는 안 보이다가 꼭 밤이면 나타난다.
샤워해야 되니까 좀 옆으로 치우려면 저렇게 머리 집어넣고 바닥에 착 달라 붙는다.
들면 요렇게 생겼다.
이제 좀 친해졌다고 들어도 머리 다 내놓고 있다.
먹을거 주니 좋단다ㅋ 완전 머리를 파 뭇는구만ㅎ
근데 바닥에서 먹으라는 건 웬지 그래서..
글고 내가 씻기도 불편하고..
저기서 먹으라고 좌변기 위에 올려줬다.
먹을거 앞이라고 등에 있는 집은 버리고 완전 뛰쳐나올 기세다ㅋㅋ
잘 먹는다.. 귀여운 자식 옆에 있으면 상추 씹는 소리 들린다.
말할 사람 없으니 얘하고 한국 말로 이야기 한다ㅡㅡ;
밤에만 나타나니 앞으로 "밤의 여왕 팽이"라고 부르겠어ㅋㅋ
그렇게 우리는 동거 중이다^^;
'끝.'
'신대륙을찾아서 > SriLanka(1012-12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나간다 - 110405 (6) | 2011.04.05 |
---|---|
115일째 - 110402 (6) | 2011.04.03 |
덥다 - 110331 (2) | 2011.04.01 |
Army team - 110329 (2) | 2011.03.29 |
아누라다푸라 to 콜롬보 - 110328 (0) | 2011.03.28 |